제2부 일노공 양남
제2부 20세 양남(揚南) 일로공(逸老公)
일선군 추(錘)의 3자 이며 이방원과 동문수학한 막연한 친구였다. 우왕 8년(1382) 진사시에 합격하고 문장과 학행이 뛰어나 명망이 높았으나 고려가 망하자 양주 반곡으로 낙향하여 망국의 한을 달래기 위해 뒷산에 올라 송도를 바라보며 통분했다. 그후 태종이 사헌부지평에 임명하여 여러번 요청했으나 끝까지 마을 밖을 나와 한양방향의 고개를 넘지 않았다(일로공파 중시조). --> 뿌리탐구 <가문을 빛낸 인물> 3 영견대내마의 후예, 26 일노공 제천파
양남 (양남) 20 子 추 (錘) 광을 (光乙) 계초 (繼貂) 翰林公 逸老公派
子 揚南(양남)◁
隱德不仕 大宗朝 徵拜司憲府持平 屢聘不起 卜築于楊州盤谷 以逸老扁其亭(이하생략)...
[墓]楊州 嶺斤面 粉土洞 午坐
墓表 十代孫 兵曹判書 尙星 撰 京畿監司 尙翌 書 墓誌◁
[配]淸州郭氏 父 左贊成 文良公 樞 祖 左司 尹琛 曾祖 判開城府尹 延俊
外祖 代言 栖閑堂 閔抃
[墓]부◁
숨어서 덕을 배풀며 출사하지 않았다[보통 은일불사(隱逸不仕)라고 하는데 같은 뜻으로 해석함]. 대종[태종의 오기인듯]조에 억지로 사헌부지평을 제수하여 여러번 초빙하였으나 응하지 않았다. 길지를 점쳐 양주 반곡에 건물을 짓고 그 정자에 일노정이라고 편액하였다.
[묘] 양주 영근면 분토동 오좌이다.
묘표는 10대손 병조판서 상성이 찬하고, 경기감사 상익이 서했으며, 묘지가 있다.
[배] 청주곽씨로 부는 좌찬성 문랑공 곽추이고, 조부는 좌사 곽윤침이고, 증조는 판개성부윤 곽연준이고, 외조는 대언 서한당 민변이다.
金楊南墓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고능리 소재 고려 충신 김양남의 묘
김양남은 고려의 충신으로 1382년(우왕8) 문과에 급제하여 진사가 되었고 함께 등과한 이방원과 교유가 깊었다. 고려가 망한 후 전곡읍 은대3리 반곡에 숨어지내며 평생을 고려 신하로 절의를 지키다 일생을 마쳤다. 고려말 5충신을 모시는 의정부 송산사에 배향되어 있다.
묘는 사각형의 봉분으로 장대석으로 호석을 둘렀다. 묘 앞에는 묘비와 3기의 상석이 있고 아랫단의 왼쪽과 오른쪽으로 문인석 4기가 있다. 1753년(영조29)에 건립된 묘비는 전체에 비문이 적혀 있는데, 앞면에는 “조선미사일노김선생위양남지묘(朝鮮微士逸老金先生謂揚南之墓)”라 쓰여 있으며, 비문은 경기도관찰사 김상익이 쓰고 병조판서 김상성이 지은 것이다. -->두산백과
* 위의 경우처럼 김양남의 양자 한자가 흔히 버들양(楊)으로 된 것이 많이 있는데, 사위 정갑손의 문과방목도 그러하다.
* 위 비문의 미사(微士)는 은둔거사의 뜻이다. 비문은 양남이 사망하고 무려 330여년 만에 세워진 것이다. 숙간공 백동파가 8판서를 배출하는 등 조정의 신뢰를 받았기에 가능했으리라. 위(謂)자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휘(諱)자의 오자인지 직접 고증한바 없기 때문에 저자의 입장에서 현재 확인할 수 없다.
* 비문에서 일반적으로 표현되는 “유명조선(有明朝鮮)”의 유명(有明)을 생략하고 단순히 조선(朝鮮)으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자주적인 표현이며 상익과 상성이 어느 정도 실학주의를 갖고 있었다고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이 양남에 관한 간단한 이력이다. 간단히 요약해서 고려 충신으로 조선조에 출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생졸연대를 정확하게 알수 없지만 이방원[나중의 태종]과 동문수학했다거나 또는 문과급제 동방[동기의 정시표현]이라는 언급에서 대략적인 연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서 진사시와 대과는 엄연히 다르지만 일단 같은 것으로 간주한다.
족보 계보보기에 아들로 지(地), 식(埴), 부(부), 계강(啓江) 등 4형제가 있고 사위들로는 정갑손(鄭甲孫), 권완(權完), 尹침 등 3명이 있다. 차남 식은 내용보기만 살펴보고 제3부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본란에서는 나머지 형제들과 사위들에 관하여 살펴본다.
먼저 양남의 혼맥을 살펴본다.
양남의 장인은 청주곽씨 좌찬성[종1품] 문량공 곽추이며, 곽추의 장인은 여흥민씨[내용보기에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결국 확인가능하다] 대언[승지, 정3품] 서한당 민변이다. 그런데 민변의 아들이 민제(閔霽)이고, 민제는 이방원의 스승이자 장인이다.
이방원(1367년생)은 스승 민제를 사사하다가 2살 연상인 스승의 딸(1365-1420)과 16세되던 1382년(우왕2) 결혼한다. 당시 이성계는 승승장구 권력의 핵심으로 접근하고 있었지만 직책상 동북면도지휘사였을 뿐이었으며, 이방원은 “장군의 아들”이었을 뿐이다. 나중에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고 스스로 왕이 되리라고는 그리고 또 왕의 다섯째 아들이 대권을 차지하리라고는 그 당시 아무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중에 느닺없이 - 물론 본인의 입장에서는 10여년간 각고의 노력이 있었겠지만 - 아무튼 이방원이 조선의 제3대 왕으로 즉위하므로써, 민제의 딸은 졸지에 원경왕후 민씨가 되고 또 민제는 왕의 장인, 즉 국구(國舅)가 되는 가문의 영광을 맞이한다. 민제는 1408년에 사망하므로 약 8년간 국구의 영예를 유지한다.
태종실록 1402년 8월조에, 태종이 왕비를 대동하고 장인 민제의 사가에 거둥하여 연회를 개최하는데 여기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이 보인다.
태조 이성계는 조선을 건국하고 3년째 되던 해인 1394년 10월에 한양으로 천도하고, 정종은 1399년 3월에 다시 개성으로 환도하고, 태종은 1405년 10월에 한양으로 재천도했으므로 위 연회는 개성에서 거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여흥부원군 민제와 민제의 매부(妹夫) 의정부찬성 곽추, 민제의 처제(妻弟) 개성유후 송제대(宋齊岱), 민제의 동생 민양(閔亮), 그리고 민제의 아내 대부인(大夫人) 송씨(宋氏)가 참석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식솔들이 주변 별도의 공간에서 동참했을 것이다.
곽추가 민제의 “매부”라는 점에서 곽추는 민제의 여동생과 결혼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누나의 남편이었다면 자부(姊夫)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민제(1339-1408)의 나이를 감안한다면 민제의 누이동생이자 곽추의 아내인 여흥민씨는 대략 1342년생 정도일 것이고, 남편이 한두살 적다는 관행을 감안한다면 곽추는 대략 1340년생 정도가 될 것이다. 곽추는 1405년(태종5)에 사망한 것으로 실록 졸기는 전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민제의 처제 송제대도 대략 1340년생 정도가 될 것이다.
이방원의 결혼보다 조금 빠르거나 아니면 비슷한 시기에 양남도 곽추의 딸과 결혼했을 것이다. 강릉김씨 아들과 청주곽씨의 딸의 혼사는 민제가 중매했을 가능성이 크며, 그런 점에서 양남은 민제의 제자였을 가능성도 있다. 곽씨와 민씨는 내외종 외사촌간이므로 양남과 이방원은 외사촌 동서지간이 되며, 양남이 손위동서일 가능성이 크므로 양남은 이방원의 “형님”이었을 것이다. 당시 명문가는 친가, 외가, 처가의 4대까지 줄줄이 꿰고 있었으므로 서로의 존재를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나중에 이방원이 왕이 되므로써 비록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되지만 사적인 촌수로만 본다면 민제와 송씨는 왕비의 친정부모이며 곽추는 왕비의 고모부가 되고, 양남은 왕비의 고모의 사위가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권력의 핵심적 자리에 있는 인척(姻戚)이며, 왕의 외척이면 통상적으로나 의례적으로나 경호실장이나 경호실차장 정도는 꿰찰 수 있는 선택받은 자리다.
그러나 이 연회에 양남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양주 반곡에 있는 일노정에서 독서중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양남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은둔하게 된 것일까?
* 종인 여러분들도 이런 의문점을 갖고 계속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앞서 이방원은 1392년(공양왕4) 4월에 정몽주를 살해하고, 1398년(태조7) 8월 자신의 배다른 동생 방석과 방번을 살해하였고, 또 1400년(정종2) 1월에는 자신의 친형 방간을 제거한 바 있다. 그리고 앞으로 10여년 지나서 1413년(태종3)에 자신의 처남들인 민무구 무질 형제 그리고 1416년에는 민무휼 무회 형제 등 원경왕후 민씨의 친정동생들마저 살해하므로써 중전 원경왕후 민씨는 비운의 왕비가 된다. 그리고 1418년 8월 상왕으로 물러난 뒤 곧바로 금상(今上) 세종의 왕비 소헌왕후 청송심씨의 친정을 박살내므로써 며느리마저 비운의 왕비로 만든다.
양남은 치를 떨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나중에 곽추의 장남 곽순[즉 양남의 처남]의 딸[즉 양남의 자식들의 외사촌]이 파평윤씨 윤형(尹炯)(1388 또는 1391 -1453)과 혼인하게 되는데, 윤형의 4촌 여동생이 잠저의 수양대군에게 시집간다. 이 파평윤씨는 세종비 소헌왕후 심씨의 둘째 며느리이며 나중에 정희왕후가 된다. 그리고 윤형의 족친들은 계속해서 성종비 정현왕후, 중종 계비 장경왕후와 문정왕후를 배출한다. 이렇듯 양남과 양남의 후손들은 혼맥을 통해 항상 권력핵심의 지근거리에 있었다.
다음은 양남의 아들들을 살펴본다. 장남 지는 관련기사가 전무하다.
식 (식) 21 子 양남 (揚南) 추 (錘) 광을 (光乙) 翰林公 逸老公派
子 埴(식)◁
敦寧奉事
[墓]在楊州 靑松面 金村 庚坐
墓誌 九代孫 兵曹判書 尙星 撰◁
[配]南陽李氏 父 上將軍 實 外祖 昌寧君 張海
[墓]雙墳◁
돈녕봉사[종8품]
[묘] 양주 청송면 금촌에 있고 경좌이다.
묘지는 9대손 병조판서 상성이 찬했다.
[배] 남양이씨이며 부는 상장군[무관 정3품] 이실이고, 외조는 창녕군 장해이다.
* 식과 관련된 내용은 제3부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습니다.
부 (부) 21 子 양남 (揚南) 추 (錘) 광을 (光乙) 翰林公 府丞公派
子 부(坿) ◁
府丞 行廣興倉丞
[墓]漣川郡 南面 黃地里 烝格洞 卯坐◁
[配]梁山李氏 父 梁山府院君 澄石
[墓]楊州 嶺斥面 國士峰 午坐 舊譜誤錄 今庚申譜正之◁
부승, 행광흥창승
[묘] 연천군 남면 황지리 증격동에 있고 묘좌이다.
[배] 양산이씨로 부는 양산부원군 이징석이다.
[묘] 양주 영척[근의 오기일듯]면 국사봉에 있고 오좌이다. 구보에 오록이 있어 지금 경신보로 정정한다.
* 부의 한자는 문과방목에 부(坿)로 표기되어 있어 그대로 옮긴다.
* 승(丞)의 품계와 역할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것이 없지만, 광흥창 등 주로 6조의 속아문의 관청에 속한 관리로서 경국대전에 비교하면 실무책임자인 수(守)[정4품] 휘하의 주부(主簿)[종6품] 이하 정도로 생각된다.
부의 장인이 양산이씨 이징석인데, 징석의 동생이 바로 “이징옥의 난”으로 회자되는 이징옥이다. 수양대군이 1453년(단종1) 10월 황보인, 김종서 등 문종의 고명대신들을 제거하고 정권을 잡는 이른바 계유정난(계유정난)을 일으키자 당시 김종서의 최측근으로서 함길도절도사를 맏고 있던 이징옥이 종성을 중심으로 난을 일으켜 스스로 황제라고 칭하기도 했으나 결국 종성부사 정종의 반간계에 걸려 살해되고 난은 끝난다. 그러나 역모 괴수의 친형 징석은 화를 면하고 1462년(세조8)까지 살아남는다.
계강 (계강) 21 子 양남 (揚南) 추 (錘) 광을 (光乙) 翰林公 進士公派
子 啓江(계강)◁
進士 端宗遜位 流離 東萊 佳馬谷 與北溪公 璿 同調
[墓]佳馬谷◁
진사이며, 단종손위[선위, 선양과 같은 말] 후 유랑하다가 동래 가마곡에서 북계공 준과 더불어 동조한다.
양남의 4남 계강은 결혼기록이 없으므로 비교적 이른 나이인 15세 정도에 진사를 하고 대과를 준비하던 중 단종이 손위(1455.윤6월)하자 방랑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를 대략 20세 전으로 본다면 1435년생 정도가 될 것이다. 김시습(1435-1493)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항열상으로 계강은 21세이며 시습은 23세이다.
* “북계공 준”은 전주이씨 왕손에나 쓰는 표현의 형식인데, ‘북계’란 호를 쓰는 조선초의 인물이 없고 중후기에 몇 명되지만 모두 성명이 준이 아니며, 또 이준은 전주이씨 족보에서도 확인할 수 없으니 현재로선 누군지 분명하지 않다.
사위 3명 중에서 확인가능한 정갑손을 살펴본다.
정갑손 (정갑손) 21 사위 양남 (揚南) 추 (錘) 광을 (光乙) 翰林公 逸老公派
서 鄭甲孫(정갑손)◁
東萊人 贊成 貞節公 父 判書 文景公 欽之
子 鄭俱 都事 鄭椒 牧使
女 李重元 趙怡 府使 李恂 縣監 安溪直 郡守 權祿 署丞 安信 蔡允恭 僉正◁
사위 정갑손은
동래인이며 찬성[의정부 종1품]을 역임했으며 시호는 정절이고, 부는 판서[정2품]를 역임한 문경공 정흠지이다.
아들은 도사[부(府) 소속의 종5품]를 역임한 정구와 목사[정3품]를 역임한 정숙이 있다.
사위들은 이중원, 부사[종3품] 조이, 현감[종6품] 이순, 군수[종4품] 안계직, 서승[종6품 정도] 권록, 안신, 첨정[종4품] 채윤공이 있다.
정갑손은 1417년(태종17) 정유식년시에 15등으로 급제했으며 출생연도는 알 수 없고 1451년에 죽었다. 정갑손은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에 청빈고절(淸貧苦節), 강개직언(慷慨直言), 불피권세(不避權勢) 등으로 기재될 정도로 청백리였고 강직했던 인물이었다. 언론삼사, 전랑 등 청요직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다. 사위의 인품에서 붕어빵 장인이 보인다. 실제로도 정갑손은 중종조에 청백리로 녹선된다.
정갑손의 동방(同榜)으로 강릉김씨 김반(金泮) 및 김구(金鉤)(아산)와 더불어 성균관 대사성을 잇다라 역임하면서 선초 ‘경학삼김(經學三金)’ 혹은 ‘관중삼김(館中三金)’이라 일컬었어지는 김말(金末)(선산)이 눈에 띈다. 이들은 이른바 국립서울대학교 총장으로 보면 된다.
정갑손은 정흠지(1378-1439)의 아들 6형제중 장남인데, 아버지가 1411년(태종11) 34세에 급제하고 아들과의 급제년도가 6년밖에 안되는 것으로 보아 갑손은 20세 전후해서 급제한 것으로 보인다. 또 출생당시 아버지의 나이를 대략 20세 정도로 보면 늦어도 1358년 이전에 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정갑손의 넷째 동생이 바로 사육신 사건으로 유명한 정창손(1402-1487)이다. 정창손도 청백리에 녹선될 정도로 생활 자체는 청빈했지만, 목숨을 걸고 사육신의 시신들을 수습했던 생육신의 대표 김시습(1435-1493)의 입장에서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인물이고 또 그래서 30여년 동안 한많은 질곡의 악연을 맺는다. 김시습의 공격대상은 주로 사육신 사건의 밀고자라는 원죄와, 그리고 80세가 넘어 자주 넘어지면서도 벼슬에 집착했다는 점이었다.
* 정창손은 세조에게 밀고하면서 만약 무고라면 본인의 아들과 손자들이 눈을 멀고 후손들이 일찍 죽을 것이다, 라고 맹세하였다는 일화가 전하고 있는데, 실제로 아들과 손자가 눈을 먼채 죽었다. 그리고 정창손의 동래정씨 직계 후손들중 남자들은 지금까지도 60세를 넘겨 산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하며 문중의 고민이라고 한다. 이 저주의 흔적은 저자가 정창손의 직계 후손으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이다. 그래서 저자가 순천박씨 박팽년의 후손에게 용서를 빌어보라, 고 조언을 해준 적이 있다.
시기적으로 양남의 아들대에 해당하지만 이 대목에서 김시습을 중심으로 조선의 학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고려말기에 익재 이제현(1287-1367)(경주이씨)이 있었다. 익재는 신라의 유산을 응집한 경주 김부식(1075-1151)의 학통을 이었고, 문하에 이곡(1298-1351) 이색(1328-1396) 부자가 있었고, 이색의 문하 및 후배군으로 정몽주(1337-1392)와 정도전(1342-1398)이 있다. 조금 처져 제자군 중에서 권근(1352-1409)이 독보적이었는데, 고향 선산에서 공부하던 길재(1353-1419)가 10대 후반인 1370년에 상경하여 차츰 두각을 나타내며 권근과 쌍벽을 이룬다. 그리고 시공적으로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변계량(1369-1430)이 있었다.
양남(1360~5-1425 정도로 비정하고)도 그 주변에 있었을 것이다.
이색의 문하 중에서 먼저 길재는 혼조(昏朝)가 다가옴을 예감하고 1389년 고향 선산으로 다시 낙향하므로써 길재의 문하는 각개전투로 흩어지고, 몇 년 뒤에 조선이 건국되자 정도전은 정치를 맡고, 권근은 예문관, 성균관 등 문한(文翰)을 담당하며 관료들을 양성하므로써 먼저 관학(官學)이 앞서가는 형국으로 흐른다. 관학은 권근에서 변계량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길재의 고향 선산에는 또 다른 천재 김숙자(1389-1456)가 성장하면서 10세 초반에 길재의 문하로 들어가고, 김숙자의 학통은 또 다른 천재 아들 김종직(1431-1492)으로 이어지며 사학(私學)은 통칭하여 사림(士林)이란 이름으로 힘을 기른다.
관학은 권근으로 시작해서 변계량, 윤회, 권제, 정인지, 신숙주, 최항으로 이어지다가 성종대 중반이후 서거정(1420-1488)이 문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서거정은 전임자 최항의 처남이며 권근의 외손이다. 그런데 전체 사림의 종장(宗長) 자격으로 김종직이 출사하여 1483년경부터 예문관 홍문관 등 문형직을 담당하므로써 관학과 사림은 문형의 주도권을 놓고 정면충돌한다. 말하자면 관변(官邊)에서 이색, 정몽주, 길재, 김숙자로 이어진 사림의 학통이 김종직을 대표로 여말의 패배를 딛고 다시 도전한 형국이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세조의 찬탈이후 관학도 아니고 사림도 아닌 독자적인 학통을 형성하던 재야(在野)에는 김시습이 있었다. 김시습은 어릴 때 한양에서 이계전(1404-1459, 사육신 이개의 배다른 숙부)를 사사한 적이 있었고 같은 또래이며 또 다른 천재들인 이계전의 아들인 이우, 이파, 이봉 등과 교유하고 있었지만 단종손위 이후 독자적으로 공부하며 유불선(儒佛仙)을 망라하였고, 생육신 또는 죽림(竹林)의 대표격이었고 독보적인 존재였다.
이상 구도를 요약하면 한편으로 훈구관학을 대표하는 서거정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 사림의 도학(道學)을 이상으로 하는 김종직이 있었는데, 다시 김종직의 문하로 재조(在朝)에 김일손(1464-1498)이 그리고 사림에 김굉필(1454-1504)과 정여창(1450-1504)이 뒤를 받치고 있었으며, 그 어름 어중간하게 재야(在野)에 김시습이 있었는데, 김시습의 문하에 남효온(1454-1492)이 있었다.
서거정과 김시습은 서로 스스럼없이 만났는데, 김종직과 김시습은 서로 만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김종직은 김시습을 애써 무시했던 것 같고, 김시습은 김종직을 은연중에 경멸했던 것 같다. 그런데 김종직과 김시습의 사이에서 이 둘을 모두 만나는 남효온과 김일손이 간사의 역할을 맡는다. 이러한 김시습의 김종직 관(觀)은 나중에 교산 허균으로 이어진다.
이런 학통에서 양남은 스승 길재의 낙향이후 스승처럼 은둔의 뜻을 품고 있다가, 이방원이 정몽주를 살해(1392. 4월)하고 역성혁명을 노골화하자 은둔을 실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둘 사이에 사감(私感)은 없었던 것 같고, 이방원이 원래 통이 큰 인물이어서 양남의 의지를 존중했던 것 같다.
태종은 즉위(1400. 11월)하고 다음해 초에 신사증광시를 개최하여 정몽주의 아들 정종본을 급제시켰고 또 11월에는 권근의 건의에 따라 고려 문하시중 정몽주를 영의정부사에 증직하였다는 점에서 태종의 통큰 정치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제3부 21세 봉사공(奉事公) 식(埴)이 곧 연재될 예정입니다.
숙간공 백동파 38세 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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