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改名) 및 서자(庶子)의 항렬자(行列字) - 회재 이언적의 경우
개명(改名) 및 서자(庶子)의 항렬자(行列字) - 회재 이언적의 경우
필자는 평소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이란 인물에 관해서 그냥 개괄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던 차에 지난 2010. 7. 31. 브라질리아 세계유산위원회(WHC) 제34차 회의에서 경주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므로써 양동마을 자체와 더불어 양동마을 여강 이씨(麗江李氏) 가문의 대표적 인물 회재 이언적의 생애에 관해서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리고 2010. 12. 16. KBS 역사스페셜(매주 목요일 10시 방송)이 “독락당 어서각은 왜 굳게 닫혀있었나? - 조선 서자들의 500년 도전사” 란 제목으로 회재의 庶子 이전인(李全仁) 및 그 후손들이 서자의 사회적 신분적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한 내용을 방송한 바 있는데, 그 후로 이언적과 서자 이전인의 생애에 관해서 한 번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학과 관련하여 필자가 이언적-전인 부자에 관해서 특히 관심을 가진 부분은, 1) 李彦迪의 이름은 원래 외자 ‘적(迪)’이었는데 31세쯤에 왕[중종]의 명령으로 ‘선비 언(彦)’자를 첨가해서 ‘彦迪’으로 개명했다는 점 - 그렇다면 다른 형제들의 개명은 어떻게 되었나? -, 2) 생부 이언적과 서자 이전인이 무려 30여년만에 상봉했으며 - 그렇다면 과연 30년만에 실제로 처음 상봉한 것이며, 그렇다면 새로운 이름은 어떻게 지어준 것인가? - 그리고 이언적의 유지대로 부인 함양박씨(咸陽朴氏)가 서자 전인에게도 養子 應仁의 동의하에 응인과 거의 동등하게 재산과 권리를 분배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가문이나 막론하고 적자 및 양자, 서자의 종통 및 혈통 관계는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1. 李迪에서 李彦迪으로 개명하게 된 계기 그리고 친동생 彦适 및 四寸들의 경우
이적[이언적]은 아버지 번(蕃)의 장남으로 외가 양동마을 - 외조부가 월성 손씨 손소(孫昭) -에서 1491년(성종22)에 태어나, 10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모친과 외숙 손중돈(손중돈)의 보살핌으로 공부했으며, 14세에 갑자사화(1504년, 연산10)를 목격하고 학문에 정진하였고, 18세에 함양박씨 박숭부(朴崇阜)의 딸과 결혼했고, 1513년(중종8) 생원시에 합격하고 이어서 1514년(중종9) 갑술 별시에 문과급제하였는데, 의외로 경직(京職)을 마다하고 다음해에 경주의 주학교관(州學敎官)이 되었다. 주학(州學)은 고려시대 학제의 유습으로 지방 공립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며 그 교관은 조선시대에 정립된 향교(鄕校)의 훈도(訓導)[종9품] 정도에 해당하는 당시 비인기 직책이었다.
이적[이언적]이 주학교관을 지원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아무튼 이 시기에 사귀었던 경주 기생이 이적의 씨를 임신한 상태에서 당시 경상좌도 병사[종2품에서 종3품 사이의 무관직]로 있던 창녕조씨 조윤손(曺潤孫)이 그 기생을 첩으로 삼아 떠나버렸는데, 나중에 그 기생이 조윤손의 본가에서 낳은 아이가 바로 서자 이전인이며, 이전인은 30여년이 흐른뒤 양부 조윤손이 사망하고 생모가 자기의 생부를 확인해주자, 비로서 생부 이언적을 찾아가 상봉하게 되었다는 야담(野談)이 기문총화(記聞叢話)에 전하며 그리고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당시 이언적은 강계 유배[1547년(명종2) 9. 19]중이었다. 이 내용은 뒤의 본론2)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한다.
이적[이언적]은 27세되던 1517년(중종12)에 승문원 부정자(副正字)[종9품] 및 정자[정9품]로 초임되는데, 바로 이때 조정에는 이적[이언적]보다 약간 먼저 급제[1513년(중종8) 식년시]하여 출사하고 있던 동명이인의 또 다른 이적(陜川)이 있었다. 선배 합천이씨 이적과 여강이씨 이적[이언적]이 승문원 및 교서관 등 비슷한 관서에서 비슷한 관직으로 근무하다보니 조정에서 헛갈린 나머지 아예 후배 여강이씨 이적에게 이언적으로 개명할 것을 명령했고, 그래서 여강이씨 이적이 31세쯤에 이언적으로 개명했다고 하는 정말 야사(野史)같은 이야기가 사실(史實)로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여강이씨 경주파 세계도에 보면, 이언적의 친동생이 이언괄(李彦适)로 기재되어 있고, 반면에 사촌형제들[이언적의 숙부 李苾의 자식들]은 통(通), 도(道), 우(遇), 운(運) 등 외자이며 모두 책받침 부수로 되어 있으며 이것은 적(迪)과 괄(适)의 경우에도 동일하다. 즉 아버지대는 번(蕃) 과 필(苾)에서 보듯 “초두머리” 항렬부수에 외자를 사용했으며 아들대는 “책받침” 항렬부수에 외자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왕명으로 이적이 이언적으로 개명되자, 친동생 이괄만 형처럼 이언괄로 개명하고 나머지 사촌동생들은 함께 개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숙간공 백동파 도정공지파 38세손 형기
<곧바로 다음에 2부 부자상봉과 3부 양동마을의 外孫承繼 에 관해서 연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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