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강국 레인보우 코리아＜2부＞ 다문화 강국 이젠 실천이다 / ⑥ 국회 다문화 포럼 발족◆

다문화기본법 제정 추진을 위한 국회 다문화 포럼이 18일 발족식을 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형오 국회의장,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한국다문화센터 자문위원장 무원 스님, 한국다문화센터 공동 대표인 보선 스님과 김의정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김재훈 기자＞

서울 성북구 `베들레햄 어린이집`권오희 수녀는 얼마 전 자신이 보호하고 있던 베트남 여성의 체류 연장 신청을 위해 법무부를 찾았다.

이 여성은 남편 폭력에 못이겨 집을 나왔다. 황당하게도 창구 직원은 "이혼을 하지 않으면 6개월밖에 연장이 안되니 차라리 이혼을 하고 오라"고 권했다.

현행 국적법상에는 결혼 이주여성에 대해 2년간 국적취득 유예기간을 두고 있고 체류기간 연장을 위해서 가족 보증이 필요한데 이혼을 하고 취업을 하게 되면 오히려 최대 3년간 체류 연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120만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정부 8개 부처가 다문화정책을 지원하고 관련 법만 4개에 이르고 있지만 대부분 업무가 중복되거나 법령의 사각지대가 많아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다문화 인구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회 다문화 포럼 출범식 및 기념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현재 `외국인 처우 기본법` `다문화 가족 기본법` `외국인 고용에 관한 법`을 아우르는 `다문화기본법`을 제정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은 `다문화기본법 제정 필요성과 입법방향`이란 포럼 발제문에서 다문화 관련법 중 최상위 법인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의 모순을 지적했다.

법무부가 외국인처우법에서 재한 외국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들까지 3년 동안 법무부 감독을 받도록 명시해 기형적 형태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중국적 금지조항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정부 정책에도 상반된다"며 "현재 국적 취득요건으로 법무부가 실시하는 `사회통합이수제`는 농촌지역 결혼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는 시간을 들여 교육과 훈련을 받기가 거의 불가능해 유명무실한 제도"라고 말했다.

행정서비스 전달체계의 문제도 지적됐다.

신현옥 숙명여대 다문화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법무부는 각 지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통해, 보건복지가족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방교육청을 통해 등 부처별로 동일한 내용의 지원에 나서다 보니 특정 가정에는 예산이 편중되고 다른 가정은 서비스에서 완전 소외되는 현상도 다반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날 포럼에서는 외국 사례를 검토해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인종차별 없이 교육을 평등하게 받는 것을 골자로 한 `다문화기본법`을 제정하고 법무부가 이주민 정책의 총괄적 역할에서 손을 뗀 후 총리실 또는 대통령 직속기구 형태의 `다문화정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진영 한나라당 의원도 "다문화기본법이 제정돼야 각종 법령 난립과 예산 낭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문화기본법 제정에 대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오윤자 경희대 교수(53)는 "다문화 정책이 본격 시행에 들어간 지 3~4년 만에 수많은 법적ㆍ제도적 변화가 상황에 따라 범람하고 있다"며 "이미 지난해 새로운 다문화가족 지원법이 발의돼 올해 첫 시행에 들어갔는데 또다시 새로운 법령을 만들고 과거 법령을 폐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김형오 국회의장 "다문화기본법 제정 적극 지원하겠다"

= 다문화기본법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

국회가 열리지 않은 날임에도 18일 개최한 다문화 포럼 발족식에 여야 의원 25명이 참석했다.

여야 간 이해가 상충될 소지가 없는 데다 미래 한국의 경쟁력과 사회 지형을 좌우할 다문화 현상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매일경제 기자와 만나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다문화 기본법 제정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같은 다문화의 성공 사례가 나오기 위해서는 공무원들과 정책입안자들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다문화 2세들의 중학교 진학률은 60%, 고등학교 진학률은 30%밖에 안 된다는 충격적인 통계가 나와 있다"며 "이런 자녀들이 성인이 됐을 때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자신이 나고 자란 한국에 대한 박탈감과 분노로 뒤바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다문화 정책 집행을 너무나 무사안일하게 하고 있다"며 "자기네들 근무시간에 맞춰서 다문화 자녀와 부모를 교육한다고 하면 먹고살기에 바쁜 부모들이 열 일 제치고 평일에 와서 교육에 참가할 수 있겠나. 필요에 따라 근무 외 시간과 휴일에도 특별교육프로그램이나 제도적 지원책을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서도 "그동안 다문화 가정 행사 관련 축사를 할 때마다 마음이 착잡했다. 우리 사회가 올바로 가고 있는가, 정치는 똑바로 가는가, 정부는 뭐하는지 의문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당이나 계파를 떠나 다문화만큼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오늘 국회가 열렸으면 더 많은 국회의원이 왔을 텐데… 국회를 빨리 열어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토론해보자"고 말했다.

이날 발족식에 참석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도 "한국이 글로벌 사회로 가기 위한 첫 출발점이 다문화 현상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관문이 재외국민보호와 한국체류 외국인보호라는 점에서 다문화 포럼 발족은 선진국으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획취재팀 = 이창훈 차장(팀장) / 배한철 기자 / 이지용 기자 / 고재만 기자 / 임태우 기자 / 우제윤 기자 / 전정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