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이 다르다고 마음이 다릅니까. 원래 너의 불성과 나의 불성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지난 21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명락사엔 외국인들이 모여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이 사찰 주지 무원 스님(불교 천태종 총무부장)은 “이 땅에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근로자들이 계속 늘고 있지만 그들 소외감이 줄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락사는 생활불교를 천명한 천태종에서 운영하는 우리나라 첫 다문화 사찰이다. 무원 스님은 이날 초파일 연등행사와는 별도로 ‘다문화가정 기원등 1만등 켜기’ 행사를 벌였다.
스님이 작년 10월에 마련한 ‘명락빌리지’는 중국 몽골 베트남 등 다문화 모자가정 20여명이 머물고 있다. 이혼한 이주여성과 자녀들은 이곳에서 어두운 상처를 치료하고 미래 희망을 찾아간다. 이들은 3개월 혹은 6개월간 머물다가 또 다른 다문화 이웃에게 자리를 내준다.
스님은 이곳 운영에 필요한 돈을 사찰 행사를 통해 신자들로부터 모은다. 여기에는 일반 신자들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의도도 있다. 인근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학습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방과후 학교를 열어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우리말을 익힐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시설이다. 내달엔 ‘다문화인과 함께 하는 한글배우기 법화경 사경대회’를 연다.
“우리사회 구석구석엔 힘들지만 땀 흘리며 살아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고통중엔 우리사회의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무원 스님이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것은 명락사 주지로 취임하기 전 있었던 인천 황룡사에서부터였다.
“주변에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절을 찾아왔어요.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신앙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죠.” 당시 새터민의 국내 정착을 돕자는 의도로 2006년 사단법인 영통포럼을 설립하고 통일부 산하 하나원 지원과 대국민 세미나, 템플스테이 등의 사업을 벌였다.
무원 스님은 현재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 자문위원장·정책자문단 단장으로 활동중이다. 그는 무엇보다 다문화가정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자체마다 다문화 관련 행사가 많아져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어요. 하지만 이벤트성이어서 실질적인 도움은 못돼요. 실속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