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엽의 장인, 허균의 외조부 24세 광철 5부최종회
허엽의 장인, 허균의 외조부 24세 광철 관련내용
<5부 최종회>
광철에게는 두명의 부인이 있었으며, 첫째 부인의 가족력을 족보 내용보기에서 살펴보면,
◎安城李氏 父 進士 碩珍 祖 參軍 得源 曾祖 繼良 外祖 主簿 江陵 金坤
忌 十一月二十三日◁
안성이씨이고, 부는 진사 석진이며, 조부는 참군 득원이고, 증조는 계량이고, 외조부는 주부 강릉김씨 김곤이며, 기일은 11월 23일이다.
첫째 부인의 가족력이 완벽하게 소개되고 있다. 당시 혼사라는 것이 양가의 관력과 재력 등 가세가 대체로 엇비슷한 집안에서 성사되는 것이므로 첫째 부인 안성이씨의 친정의 가세도 대단했을 것이다.
특히 외조부가 주부(종6품) 벼슬을 지낸 강릉김씨 곤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곤(1421년생)은 지(지)의 차남 자장의 아들이다. 앞서 지(지)는 광철의 고조부 윤귀(允貴)와 사돈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곤의 딸이 안성이씨에게 시집갔고, 곤의 외손녀가 다시 사돈의 사돈 집안의 맏며느리 들어온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혼맥은 사돈의 8촌으로 또는 사돈의 사돈의 8촌으로 연결되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 안성이씨, 윤귀 등 세 집안의 혼맥 가계도를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 ===> 딸의 출가 혼인관계 표시]
20세 지 윤귀
21세 2남 자장 딸 ===============> 필양
22세 곤 대
23세 딸 =========> 안성이씨 석진 세훈
24세 딸 ===============> 광철
반면에 둘째 부인은 단지 청주양씨(淸州楊氏)라는 본관만 언급되어 있을 뿐 더 이상의 가족력이 없다. 한마디로 친정의 가세가 별볼일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광철은 대략 50세 전후에 상처(喪妻)하고 상대적으로 조금 처지는 가문의 처자를 재취로 맞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슬하의 자녀들은 모두 안성이씨 소생이라는 가정이 성립한다.
광철의 슬하에 아들 4명과 딸 2명이 있다.
장남 양(讓)은 장악원(掌樂院) 직장(直長-종7품)을 지냈으며, 종실 의성군(義城君) 충정(忠丁)의 사위이다. “공은 평생 산수를 좋아하고 욕심이 없었다(公平生愛山水不欲)”는 일화가 있고 또 이러한 상황에 걸맞게도 호가 만랑(漫浪)이다. 만랑이란 호에서 전국의 명산명수를 찾아 술과 음악을 즐겼을 풍류객(風流客)의 모습이 떠오르는데, 늘그막에 궁중의 음악을 관장하는 장악원에 음보(蔭補)로 출사한 것으로 보인다. 할머니께서 마음고생 꽤나 하셨을 것이다.
차남 인(인)은 음보로 통훈대부 행황산도 찰방(通訓大夫 行黃山道 察訪-종6품)을 역임하였다고 기재되어 있는데 통훈대부는 정3품 당하이므로 추증된 것이다. 세째 근(謹)은 아예 소개기사가 없는 것으로 보면 조사(早死)한 것으로 판단되며, 4남 겸(謙)은 별좌(別坐-5품), 첨정(僉正-종4품)등을 역임하였다. 4형제 모두 생졸연대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차남 인(인)은 한자가 없는데, 4형제의 이름에 모두 말씀 언(言) 부수가 있는 것으로 보면, 인정할 인(認) 자로 보인다.
그런데 장남 양(讓)의 차남 자한(自漢)이 대과에 급제했고 출생연대가 기재되어 있다.
자한(自漢) 26 子 양(讓) 광철(光轍) 세훈(世勳) 太師公 副正公 參判公
自漢(자한)◁
字 佳源 一五四五年 仁宗 乙巳 生
中 戊子 進士 擢 丙午 文科
官 正郞 禮安縣監
자한은
자가 가원이며 1545년 인종 을사 생이고,
무자년(1588, 선조21)에 진사가 되어, 병오년(1606, 선조39)에 문과에 발탁되었고,
정랑(정5품) 및 예안현감(종6품)을 역임했다.
위 기사를 보면 자한은 43세에 진사가 되고, 무려 18년이 지나고 61세가 되어 대과에 급제했다는 것이다. 풍류객이었던 아버지 밑에서 마음고생하면서도 끝내 목적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자한은 한마디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로써 자한은 고조부 22세 대, 증조부 23세 세훈, 조부 24세 광철로 이어져 온 3대 연속 대과급제의 전통을 1대 걸러 다시 이었다.
자한의 위로 품계가 장사랑(將仕郞-종9품)인 형 자해(自海)가 있는데, 말단인 종9품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역시 조부 광철의 후광으로 장손 몫의 음보로 종9품 참봉을 지냈을 것이다. 관력이 미미하므로 역시 생졸연대는 기재되어 있지 않다. 만약 동생과 3살 터울이 진다면 1542년에 태어났을 것이다. 장남 자해가 태어났을 때 아버지 양의 나이를 대략 25세 정도로 본다면 양의 출생연도는 1517년경이다. 광철은 1488년에 출생했으므로 대략 30세 경에 장남 양을 낳았다는 것이다.
광철에게는 두명의 사위가 있다. 맏사위가 심운이며 둘째 사위가 바로 허균의 아버지 허엽인데, 먼저 맏사위 심운의 족보 내용보기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沈 雲(심운)◁
三陟人 宜敎郞
父 吏判 漁村 彦光 祖 贈贊成 濬
子 長源 進士 粹源 司勇 女 洪春年 文 監司◁
심운은
삼척인으로 품계는 선교량(종6품 상계)이며,
부는 이조판서(정2품) 어촌 언광이고, 조부는 증찬성(종1품) 준이다.
아들은 장원(진사)과 수원(사용-정9품 무관직)이 있고,
사위는 홍춘년으로 문인이며 감사(=관찰사, 종2품)를 역임했다.
광철의 사돈인 삼척심씨 심언광(沈彦光)이 누구인가?
심언광(1487-1540)은 1507년(중종 2년) 정묘 감시(생원진사시)에서 진사로 급제한 광철(생원)의 동방(同榜)이며, 또 광철(별시)과 마찬가지로 같은 해 1513년(중종8) 계유 식년시에 급제한 광철의 출사(出仕) 동기이며, 또 1516년(중종11) 병자 별시에 급제한 심언경(沈彦慶 1479-?)의 아우이며, 또 1489년(성종20) 을유 식년시에 급제한 심준(沈濬 1453-?)의 아들이다.
그런데 심준의 장인이 강릉김씨 보연(普淵)이다. 그런데 보연은 조부가 지(지)이고, 지의 3남 자흠(子欽)의 장남이다. 따라서 광철과 심언광은 사돈의 사돈으로 다시 사돈이 된 것이다. 3가의 혼맥을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 ===> 딸의 출가 혼인관계 표시]
20세 지 윤귀
21세 3남 자흠 딸 ===============> 필양
22세 보연 대
23세 딸 ========> 심준 세훈
24세 심언광 광철
25세 심운 <============= 장녀
그리고 둘째 사위 허엽의 족보 내용보기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許 曄(허엽)◁
陽川人 文 參判 號 草堂 父 奉事 澣
子 許봉 典翰 號 荷谷 許筠 刑判
女 金誠立 文 正言◁
허엽은
양천인이고 문인으로 참판(종2품)이고, 호는 초당이며, 부는 봉사(종8품) 한이다.
아들은 허봉 전한(종3품)이고, 호는 하곡이며, 허균은 형조판서(정2품)이고,
사위는 김성립이며 문인으로 정언(정6품)이다.
그런데 허엽은 광철의 차녀와 결혼하기 전에 이미 전처 청주한씨에게서 1남 2녀를 낳았다. 허엽을 중심으로 혼맥을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허엽(1517-1580)
== 청주 한씨(부 한숙창) 1녀 == 추연 우성전(1542-1593)
(1478-1537) 2녀
1남 허성(1548-1612) -- 딸 == 종실 의창군(?-1645)
== 강릉 김씨(부 김광철) 2남 허봉(1551-1588)
(1488-1550) 3녀 난설헌(1563-1589) == 안동 김성립(1562-1593)
3남 허균(1569-1618)
허엽의 청주한씨 소생인 장남 허성이 1548년생이고, 강릉김씨 소생인 차남 허봉이 1551년생이므로, 3년 정도의 터울이 진다. 따라서 전처 청주한씨는 허성을 낳고 산후통으로 별세한 것으로 보이고, 광철의 차녀는 적어도 허봉이 태어나기 1년 전인 1550년경 또는 그 이전에 결혼했음을 알 수 있다. 광철은 1550년 4월 16일에 향년 62세로 졸하셨다. 따라서 시기상으로 이 혼사가 광철의 별세 후에 있었는지 아니면 그 전에 있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만약 광철이 별세하기 전에 이 혼사가 있었다면, 광철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그래서 부랴부랴 차녀의 배필을 정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선조 전기까지만 해도 혼인형태는 주로 사위가 처갓집에 일정기간 거주하는 일종의 서옥제(婿屋制)가 있었고, 명문가의 딸이 전처가 사망한 명문가의 재취(再娶)로 들어가는 경우, 또 남편이 자녀를 두지 않고 일찍 사망하여 재가(再嫁)하는 경우 등이 별로 문제없던 시기였다. 따라서 광철의 차녀가 초혼인지 아니면 재혼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만약 초혼의 경우라면 결혼 적령기(17~8세)에 적당한 혼처를 놓치고 3~5년 정도 지났을 것이다. 따라서 결혼 당시 광철의 6남매중 막내딸이었고 20대 초반 정도였을 것임으로 1530년 정도에 출생했을 것이다. 당시 새신랑 허엽은 33세였고, 큰 오빠 양과 비슷한 연배였다.
추연 우성전은 본관이 단양(丹陽)으로 허성, 허봉, 허균의 자형(姊兄)이며 1568년(선조1) 무진 증광시에 급제하고 대사성을 역임했으며 퇴계의 문인이다. 그리고 전처 청주한씨 소생 장남 허성의 딸이 선조의 서8남 의창군 광(珖)과 결혼함으로써 광철의 외손자들인 허봉과 허균은 왕자의 외숙이 되었다. <끝>
<저자 후기>
광철의 아우 광진 관련내용은 별도의 기회에 마련하기로 하고 광철 관련내용은 일단 이번 호로 마감합니다. 처음에는 광철과 광진의 관력과 정쟁사 까지 포함시킬 의도가 있었으나, 그렇게 하면 보학(譜學)의 범위가 너무 방대해져 독자들이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족보 내용보기를 중심으로 가계도와 혼맥관계로 국한시키는 것이 더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광철은 조광조보다 6살 적은 중종조의 인물입니다. 기묘사화(1519) 당시 광철은 출사한지 6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중종조의 정치는 정국공신(靖國功臣) 훈구파와 조광조 문하 사림파의 정쟁이 기묘사화로 사림파가 대거 몰락하였고, 이후 훈구파는 명종조까지 내부적으로 심정, 김안로, 윤임, 이량, 윤원형 등 권신(權臣)들의 정쟁으로 훈척신에 의한 당여정치(黨與政治)가 형성됩니다.
당시의 정치여건은 조정에서 벼슬을 하는 한, 자의든 타의든 어느 한 당여에 속하지 않고는 배겨날 수가 없는 일종의 시대정신(Zeitgeist)같은 것이 지배하던 시기로서 이미 개인의 능력과 한계를 벗어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당여는 한편으로 출사 전의 혈연과 지연, 학맥과 문하 등 태생적인 원인으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출사 후의 개인적인 원한관계 등으로 계속 확대 재생산되었습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강김의 출사자들은 어디에 있었는지 기회가 닿는대로 강김을 중심으로 한 당여의 정쟁사(政爭史)를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 1부는 여말선초에서 명종대까지로 정리하겠습니다.
숙간공 백동파 38세 형기
|
